From ripples to waves
비트코인과 에너지의 관계 본문
2025년 말,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일론 머스크가 '에너지가 곧 진정한 화폐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에너지에 기반한 것이다' 라는 언급을 한다.


에너지가 곧 화폐라는 말의 의미는 대충 알겠다만, 갑자기 웬 비트코인? 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부족한 머리로는 논리적 연결이 100% 시원하지 않다. 그래서 이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적어본다. (매수의견 아님)
흔히 우리는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에너지 총량 자체가 희소한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희소할 뿐이다. 지표면에 닿는 태양 에너지만 해도 인류 전체가 소비하는 에너지를 아득히 뛰어넘는다고 한다. 우주공간으로 나가면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총량의 부족이 아니라 '에너지를 가치로 전환하고, 저장하며, 이동시키는 비용과 물리적 제약'에 있다.


1. 비교적 확실한 영역
다음 사실들은 비교적 확실한 전제에 속한다.
1. 에너지의 총량 자체는 인류 문명의 병목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필요한 장소, 적절한 시간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비용'이다. 전력은 대량 저장이 어렵고, 장거리 전송에는 인프라 비용이 필요하며, 생산 시점과 소비 시점이 일치하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한다.
2. 물리적 자원(atoms)은 항상 전송과 보관 비용을 가진다. 반면 디지털 정보(bits)는 거의 비용 없이 이동하고 복제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경제는 가치를 무거운 Atoms의 세계에서 가벼운 Bits의 세계로 이동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3. 비트코인 채굴은 물리적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에너지를 소비하여 디지털 희소성을 생성한다.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열역학적 비용을 네트워크상의 불변하는 장부로 고정시키는 과정이다. 에너지는 물리적으로 사라지지만, 그 소진의 증명(Proof of Work로 이루어지는..)은 네트워크상의 자산으로 남는다.
2. 합리적으로 납득 가능한 영역
이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해진다.
에너지를 직접 보내는 대신, 전기를 사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전송한 뒤, 도착지에서 다시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이 '이미' 가능하다. 이를 '에너지를 직접 이동시키는 대신 그 경제적 가치를 bits 형태로 우회 전송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보다 명확해진다.
- 비트코인은 물리적 배터리가 아니다. 정전이 났을 때 비트코인으로 전구를 킬 수는 없다.
- 비트코인은 경제적 배터리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에너지를 투입해 만든 가치를 손실 없이 보관하고 이동시킬 수 있다.
즉, 에너지를 물리적으로 저장하는 기술은 아니지만, 에너지를 글로벌하게 이동 가능한 희소 가치로 변환하여 저장하는 도구이다. 이 해석은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 송전이 어려운 지역의 잉여 전력
- 산업이 소비하지 못하는 일시적 과잉 전력
- 가스 플레어링 등 버려지는 에너지
이런 에너지가 채굴을 통해 가치로 변환되고, 그 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교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일종의 에너지 가치 번역 Layer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논리가 성립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비트코인의 시장 가격이 채굴에 투입된 에너지 비용보다 높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이것은 물리 법칙이 아닌 엄연히 경제적 채산성의 영역이다.
3. 가능할 수도 있는 영역
더 나아가 배터리나 저장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에너지 저장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 미래를 상정해 보자. 그때도 비트코인이 쓸모 있을까?
그 경우에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역할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물리적 전력 저장 문제와 글로벌 가치 저장 문제는 서로 다른 층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매력을 가지는 글로벌 가치 단위를 저장하고 이동시키는 문제는 금융의 영역에 속한다.
3-1. 왜 사회는 비트코인을 희소하고 가치 있는 자산으로 받아들이는가
이 모든 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쓰레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희소하고 가치 있는 자산으로 지속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 위에 서 있으며, 이 합의가 영구적으로 유지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음으로 옮겨간다.
왜, 어떻게 비트코인은 현재의 지위(디지털 금)에 오르게 되었을까?
1. 첫 번째 이유는 구조적 탈중앙성이다. 비트코인은 특정 기업, 정부, 재단이 통제하지 않는 상태로 출발했고, 지금까지도 네트워크의 통제권이 특정 주체에 집중되지 않은 거의 유일하게 탈중앙성을 유지한 대규모 암호화폐 네트워크로 남아 있다.
2. 두 번째 이유는 시간에 의해 검증된 생존성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십여 년 동안 수차례의 가격 붕괴, 거래소 파산, 규제 위협, 기술적 공격 시도, 내부 분열을 모두 겪었지만 네트워크 자체는 중단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실제 자산 시장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 일부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3. 세 번째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다.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자산이 더 강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참여자와 자본, 인프라를 흡수했고, 그 자체가 다시 신뢰를 강화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즉,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단순히 공급량 2100만 개라는 숫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치며 형성된 사회적 합의와 네트워크 신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 상상의 영역
만약 AI로 인해 생산 비용이 '0'에 수렴하고, 통화 정책의 신뢰가 약화되며, 경제 전반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일론 머스크는 에너지가 궁극적 가치 척도가 된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그리고 '이것이 비트코인이 에너지에 기반한 이유' 라고 덧붙인 것은, 복제 불가능한 '물리적 에너지 비용'을 증명으로 요구하며, 동시에 사회적 합의까지 도달한 디지털 자산은 비트코인이 유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트코인을 두고 앞으로 몇 번의 챌린지가 더 있을 것이다. 예컨대 금융위기,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고대 지갑의 대규모 이동 등.. 여러 후보지가 있다. 아마 몇 번의 위기를 더 이겨내게 된다면, 미래에 에너지 기반 가치 네트워크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아직은 너무나도 불확실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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