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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장/일상 기록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생각

juyeong_ 2025. 11. 30. 02:54

어느덧 블록체인 도메인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시간동안 도메인 변경을 수없이 고민해왔던 것 같다. 이 업계 자체가 거대한 사기인지, 현실에 가져다 줄 수 있는 밸류가 실제로 있는지조차도 계속 의심되고 헷갈렸다. 정말 이 업계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한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사실 요즘도 매일 스스로 질문하는 주제이다.

 

크립토 얼리어답터에게 각광받았던 내러티브는 사이퍼펑크 정신이었으나, 나는 사이퍼펑크 정신에 대한 지지자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탈중앙화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크다. 왜냐하면 경제사적으로도 철학 논의에서도 이미 실패한 실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산업을 발전시켜온 것은 투기와 불법 수요가 컸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내가 느낀 탈중앙화의 세계는, 자연상태의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놓이게 된다는 홉스의 주장을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 곳이다. 지구상의 누군가에겐 부당한 정부에 대한 자기보호 수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을 위한 협력보다는 욕망과 이기심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곳이다. 인사이더끼리만 부당하게 배를 불리는 추악함이 자주 포착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Web3 회사에 다닌다고 할 때, 괜히 떳떳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고 영향력도 없는 작디 작은 Web3 빌더일 뿐인데도.. 그만큼 이 업계가 쌓아온 업보가 크다는 뜻일거다. 이에 휘둘리지 않는 극소수의 빌더들이 끊임없이 기술과 생태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AI 산업을 둘러싼 버블 논란이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인류사적 혁신 뒤에는 늘 버블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모두가 이것이 우리 삶을 크게 바꿀 것임을 직관적으로 느끼며, 뛰어난 사람들은 모두 그 기회를 잡고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 결과로 도래하는 버블은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일까? 투자자 입장에서 조심해야할 것은 맞지만, 시계열과 공간을 확장시켜보면 그렇지도 않다.

 

버블은 늘 유산을 남겨왔다. 철도버블 이후에는 철도 인프라가 남았고, 닷컴버블 이후에는 인터넷 인프라가 남았다. 그 위에서 사회적 효용을 주는 수많은 활용사례가 꽃 피웠다. 중요한 것은 모든 혁신 뒤에는 초기 성장통이 있고, 묵묵히 일하는 핵심 기여자가 있고, 버블이 있고, 버블 이후에 유산이 남아 사회적 번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잠시 이러한 사고에 블록체인을 대입해보았다.

 

비트코인 덕에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이 세상에 드러났고, 수많은 욕망에 의해 시장이 커졌다. 어쨌든 그 덕에 기술과 생태계가 성숙할 시간과 노력이 확보되었다. 다양한 성장통을 거쳐서, 드디어 블록체인 기술이 해야할 역할을 맡게 될 순간이 도래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블록체인을 사회 시스템을 부정하거나 체제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은 레거시 금융의 비효율 해결을 위해 태어났다고 믿는다.

 

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그것이 증명되길 바란다. AI가 이번 세대의 주연이라면, 블록체인은 감초 조연 쯤은 될 것이라 기대한다. AI 시대에 우리 인간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그 생활에 도달하기 위한 길에 있는 병목이나, 혹시 모를 부작용은 무엇일까? 

 

블록체인 기술에는 불신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이를 통해 다음 세대의 금융과 계약을 설계할 수 있는 기능적 잠재력이 있다. 전례없는 풍요와 양극화가 함께 올 미래에서, 기술의 힘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된다는 가정은 너무 이상적이지만, 그래도 거대한 담론을 품고있는 기술이다.

 

내가 언제까지 이 마음을 유지할지는 상황에 따라 바뀔 것 같지만, 최소한 이 씬의 '진짜'들에게는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둘 다 갖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