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4-18. 최종 프로젝트(나만무) 회고
2/24(토)에 나만무 최종 발표를 했다. 그동안 잠시 휴식도 취하고, 이력서 초안도 작성하느라 뒤늦게 후기를 작성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만무는 정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을 하이라이트 기간이었다. 정말 힘들었고 가끔은 외면하고 때려치고도 싶었지만, 꽤 그럴싸한 프로그램이 탄생했을 때의 보람과 최종 발표 후의 뿌듯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당분간 몇 년은 개발자로 살아도 되겠네!' 라는 확신을 갖게 해준 고마운 과정이었다. 감사해요 정글~
아직 제대로된 프로젝트 경험도 없고, 백엔드/프론트엔드 조차 결정하지 않았던 나는 나만무 직전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직군'이라는 동기의 말에 이끌려 프론트엔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프론트엔드에 큰 재미와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백엔드나 데이터 엔지니어 업무도 너무 궁금하고 경험해보고 싶긴 하지만, 당장은 가장 재미있는 프론트엔드로 나아갈 것 같다.
프로젝트 소개
우선 저희 팀이 무슨 프로젝트를 했는지 간단히 알려드리고, 의식의 흐름대로 대충 회고를 작성해보겠습니다.
프로그램 이름은 Let's Note 이며, 혼자 or 친구와 함께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가상악기 연주 플랫폼입니다.
아이들이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피아노/기타/드럼 자리에 음표 노트를 찍으면 play를 눌렀을 때 자동으로 연주가 되는 시스템입니다.
대략적으로 다음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재생, 재생바 이동, 볼륨 및 템포 조절 기능
- 드럼 루프 (내가 찍은 드럼 비트를 끝까지 반복, 버튼을 한번 더 누르면 드럼 초기화)
- 악보 검색 (구글 기반 악보 검색)
- AI 추천 (GPT를 활용하여 현재 찍은 연주에 어울리는 화음 or 뒷부분을 추천받습니다)
- 협업 기능 (친구를 초대하고, 음성채팅을 하며 함께 작업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위치를 마우스 공유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 작품 저장 (현재 작업실에서 만든 작품을 저장합니다. '내 작품' 또는 피드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프로젝트 소개를 위한 시연 영상입니다.
나만무 기간 회고
1. 애증의 단어: 음악과 사운드 (pivot, pivot, pivot ..)
우리 팀은 '음악, 사운드' 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이와 관련한 기획으로 6주를 바쳤다.
우리 모두 '음악이 주는 즐거움'이라는 가치에 매력을 느꼈고, 4명의 팀원 모두 음악을 잘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레퍼런스를 뒤져봐도 '연주'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는 팀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흔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번도 안 나왔다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 아니겠어? ^^ 결과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기획을 납득시키지 못해 3번이나 피봇을 단행했고, 다른 팀들이 모두 MVP를 내놓을 때 3번째 기획안을 발표했고, 그 이후에는 못먹어도 go 라는 심정으로 작업을 이어나갔다.. (지금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간 우리팀 칭찬해~)
우리가 처음에 기획했던 아이디어는 '사운드 허브(가제)' 였다. 틱톡에는 듀엣 체인이라는 밈이 있는데, 반복적인 일상의 소리(예를 들면 고양이가 우유를 낼름거리는 소리, 고장난 건조기가 삐걱거리는 소리 ..) 위에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사운드를 얹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 재미있는 문화다.
이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듀엣 체인'을 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 툴을 만들자! 하고 내놓은게 처음의 아이디어다.
처음 기획 발표까지는 반응이 좋았다. 소재가 신선하고 잘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MVP를 만들면 만들수록 '우리가 만들고 있는건 그냥 영상편집 툴 아니야?'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 팀의 정체성은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도 컴퓨터의 힘을 빌리면 음악을 통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라는 무모한 도전st 였는데, 정작 만들고 있는 건 영상편집 툴을 만들어놓고, '우리의 고객은 음악가입니다. 음악가들만 우리 플랫폼으로 녹화해주세요.' 하는 꼴이었다.
그럼 아무렇게나 막 찍으면 알아서 음악이 되도록 만들어볼까? 라고 생각해보았지만 ..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MVP를 만들다말고 폐기.
두번째 아이디어는 '오토카펠라(AutoCapella)' 였다. '아카펠라를 못하는 사람도 아카펠라를 잘하게 만들어주자!' 라는.. 다소 Geek 스러운 기획이었다.
아카펠라를 할 노래를 선택하고, 유저가 캠을 켜서 하나의 음을 녹음하면, 이를 해당 노래에 맞게 음성변조를 해서 마치 아카펠라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 기획을 내놓고 있을 때 이미 늦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앗줄을 부여잡는 심정으로 '뭐라도 해보자...' 라며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는 어땠냐고? 기획 발표때 '너네 대체 하고 싶은 게 뭐냐?? 이게 대체 뭐냐???' 등 Geek스러운 기획과 준비되지 않는 발표의 댓가를 혹독히 치르고 ..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기획을 다시 갈아엎게 되었다.
사실 위 피그마만 보면 꽤 그럴싸해보일 수도 있는데, 여기 올리지 않은 다음 페이지가 메인 기능이다. 근데 그 파트가 조금 ... 내가 봐도 난해하긴 했다.
세번째 기획은 최종 결과물이 된 'Let's Note' 였다.
이때는 이미 우리 팀 모두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였고, '어떻게든 기획만이라도 납득을 시켜보자..' 라는 목표로 하루하루 버티던 시기였다. 다른 팀들은 이미 트러블 슈팅을 하나하나 하고 있었고, 빠른 팀은 MVP 수준까지 완성이 된 상태였다.
우리는 음악, 사운드를 포기하고 완전 0에서부터 기획을 다시 가져오자라고 결론을 내리고 다음날 아침에(침울한 표정과 함께) 기획 회의를 했다. 여러가지 아이디어 중에 공교롭게도 내가 제안한 가상악기 프로그램이 당선되었다.. (히히 못가!)
불과 2주 전에 피그마를 처음 가입한 나는 이미 피그마 작업의 노예가 되어 있었고 .. 이제는 몇시간 뚝딱하면 기획을 표현해서 보여주는 수준이 되어있었다.
이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재빠르게 MVP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매일 밤을 새어가며 2~3일만에 기획을 소개했고, 일주일만에 원장님을 포함한 자리에서 프로그램 초기 버전을 시연했다.
나는 그 전날에 아침 8시까지 작업을 한 탓에 발표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후에 전해듣기로 처참했다고 한다. 우리 팀은 거의 깍뚜기 느낌이었으며, 급한 일정 탓이지만 발표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다시 갈아엎었으면 한다는 피드백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제는 못 먹어도 Go 다. 김현수 코치님은 우리를 믿어주셨고, 우리도 우리를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기획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완성도를 높여서 납득시키면 될 일이라고 믿고 계속 진행했다.
2. 그래.. 하면 된다......
힘든 시기를 버티고 버티면서, 팀장 친구의 디테일한 지휘 아래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설날 직전의 두번째 발표에서 드디어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때는 정말.. 오랜 체기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이때부터 자신감을 갖고 개발을 이어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계속 버그를 잡고, 추가기능을 얹고, 유저 피드백을 받아 UI/UX를 개선하고 .. 실 개발기간은 약 4주였지만 양질의 경험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완성시켜나갔다.
나중에는 원장님도 수고했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우리도 기분좋게 프로젝트를 개선시키면서 최종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초반에 죽어라 했기에 가능했던 일 같다.
그리고 최종 발표를 했다.
최종 발표회는 훈훈한 분위기였다. 정말 안타깝게도 당일날 작동을 안했던 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평소보다 더 좋은 컨디션에서 더 좋은 발표를 했다. 우리 팀도 반응이 정말 좋았고, 포스터 세션에서도 찾아와주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김현수 코치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불가능은 없다. 리소스의 제약 때문에 못할 수는 있어도, '이거 나 못해요'라는 생각은 절대 해선 안된다. 모든 좋은 엔지니어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산다."
이 말이 정말정말 가슴에 깊히 박혔다. 정글 과정과 나만무를 거치면서 1% 정도는 체득하게 된 마음가짐이다.
상황이 급하다보니, 그리고 팀원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서로서로 할 수 있는 건 닥치는대로 했던 것 같다. 나의 경우에도 기획, 피그마, UI 디자인, 영상편집, 발표 등 .. 코딩은 아니지만 내가 조금 더 기여할 수 있겠다 싶은 일들은 도맡으면서 개발자가 아니라 팀플레이어로 살려고 노력했다.
개발이 아닌 일도 많이 맡아서 불만은 없냐고?? - Nope !!
첫번째로 나는 개발만 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팀과 고객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면 무엇이든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오히려 다양한 업무를 맡아보니까 다양한 재미를 알게 되었다. 피그마도 재미있고, 디자인도 재미있고, 영상 편집도 재미있더라. 또, 하니까 금방 배워서 되더라~ 라는 걸 느꼈다.
나만무라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개발적으로도, 프론트엔드 개발을 처음 배우자마자 한 프로젝트가 이건데, 어느덧 부딪히다보니 얼렁뚱땅 잘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모르는 건 찾아보고, 이해하고, 그냥 도입하면 되는구나. 별 거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진짜 현수 코치님 말씀대로 시간과 자원만 무한하다면 자신감을 갖고 부딪혀볼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이 또한 나만무가 아니었다면 하기 힘든 생각이었을 것 같다.
3. 최복동 (최고의 복지는 동료다)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개발 경험이 거의 없었던 나에 비해서, 훨씬 뛰어난 동료들을 만난 덕분에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원들 정말 든든했고, 각자의 장점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열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 계기가 된 팀원들이었다.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을 예로부터 공감해왔는데, 다시 한번 느낀 기간이었다. 울 팀원들 감사했습니다!
또한 운이 좋았던게, 정말 뛰어나고 선하신 멘토님을 만나게 되어서 여러가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직접 찾아와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들 때마다 지침이 되어주신 코치님들도 정말x100 감사했습니다!
이 포스팅에는 다 담을 수 없을만큼 많은 걸 느끼고 배운 기간이었는데, 의식의 흐름으로 쓰려다보니 두서가 없네 ㅎㅎ
어쨌든 이걸로 회고는 끝!
나만무 힘들었고 즐거웠고 고마웠다!
(다시는 보지 말자!)